금값이 사상 최고가인 온스당 1천 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안전한 자산으로써의 금의 매력이 투자자들에게 어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악의 위기가 지나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는 가운데 금시장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바이어들은 개선되고 있는 경제 펀더멘털이 제시하는 미래와, 회복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 이 두 가지 중 어떤 것에 무게를 둘 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하지만 Economist Intelligence Unit(이코노미스트지의 경제 연구소)는 여전히 글로벌 경제가 앞으로 몇 년 간 겪게 될 리스크의 심각성이 금값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고 있다. 2008년 중반, 금융 시장이 붕괴하자 금값은 일단 떨어졌다. (하지만 금값의 하락 상황은 다른 재화보다는 훨씬 긍정적이었다.) 세계 금융 및 경제 위기가 심화되자 금값은 가치 축적의 수단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바탕으로 상승했다(이러한 역할은 불확실한 시기에 특히 중요한 투자 요인이 된다).
주식 시장의 혼란이 야기한 금융 시장의 패닉 상태 역시 금값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에 대한 투자는 다른 대부분의 자산에 대한 투자와 달리 거래 상대방에 대한 리스크를 동반하지 않는다. 2009년 1사분기 금시장은 대규모 투자 유입(특히 ETF)으로 인해 더 큰 탄력을 받게 되었다.
WGC에 의하면 1사분기 ETF 부문의 금매입은 465톤에 이르렀다. 이 양은 소비 심리 둔화로 급감한 골드 주얼리 수요분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금 광산회사들의 협회인 WGC는 2009년 1사분기 금수요가 24% 감소한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LBMA(런던금시장연합회) 기준 1사분기 평균 금값은 온스당 909달러로 치솟았다2008년 1사분기 평균가는 온스당 795달러였다).
2사분기 들어 먼저 투자자들의 관심이, 뒤따라 투자금 유입이 시들해졌다.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위험선호(risk appetite)를 다시 일으켜 투자자들이 금을 떠나 다른 자산을 탐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값은 여전히 높았지만 다른 재화(예를 들어 원유나 비금속) 가격의 고공행진에 동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차례 달러화가 하락하고, 글로벌 경제의 전망에 대한 위험 경고가 잇따르자 3사분기 금값은 9월 초중반에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9월 17일에 금값은 온스당 1,017달러로 올랐다가 9월 30일 현재 온스당 99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 금값, 어떻게 될 것인가?
올해 대부분의 가격 상황은 투자 수요에 의해 좌우되는 양상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18개월 정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분명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경제 회복의 성격과 지속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하나 분명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OECD 국가 대부분(그리고 일부 신흥 시장)의 국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부채의 화폐화(돈을 찍어 국채를 사들이는 것)와 저금리 정책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낙관론이 불을 지핀 최근의 원자재값 상승은 걱정거리를 더 늘려 주었으며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헷징 수단으로 여겨지는 금의 매력은 더욱 돋보이게 되었다.
최근 몇 달의 금값 상승에 영향을 준 또 다른 요인은 달러화의 상대적인 약세였다. 미국 공공 금융 부문의 걱정스런 상태는 달러가 계속해서 약세를 유지하고, 달러화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에 힘을 실어 주었다. 금은 달러화 표시 자산으로써, 달러 약세시 헷징 수단이 된다. 글로벌 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가운데, 금값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은 디플레이션의 발발이다.
글로벌 경제 성장은 현재 (특히 OECD 국가들에 의한) 대규모 금융 및 경기 부양책에 의해 유발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로 인해 빠르게 늘고 있는 예산 적자는 주의를 요하는 수준이다. 일단 공적 자금이 회수되기 시작하면 경제 성장은 타격을 받을 것이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디플레이션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투자자들은 달러화의 상대적인 안정성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달러의 가치는 지지를 받게 되고 금값은 하락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디플레이션의 충격이 새로운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반감이 금값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을지에 의해 결론을 맞게 될 것이다.
- 금값의 펀더멘털에 고려할 점
투자 수요를 제외하면 주얼리 부문은 글로벌 금수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2007년 금소비 중 68%가 주얼리 부문이었다. 주얼리 수요는 2009년 상반기에 붕괴되었으며, 높은 금값으로 인해 바이어들이 돌아선 것도 원인 중 하나였으나, 경제 불안이 전반적인 소비자 지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는 금소비가 하반기에 다소 살아날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자 신뢰가 구축되고 있으며 계절적인 요인(인도의 결혼 시즌 및 종교 축제 기간)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의 높은 가격은 여전히 장애물이 될 것이다. 2009년 상반기에 공업용 수요는 20% 감소했다. (금은 반도체 생산에 사용된다.) 하지만 경제 회복의 신호가 나타남에 따라 당분간 전자제품 부문 금수요가 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 측면은 얼마 전부터 금값을 크게 지지해 주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금 판매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GFMS(런던 소재 귀금속 컨설팅 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상반기 금 순판매량은 38톤으로 감소했으며, 이는 2007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IMF의 금 판매에도 불구하고 2009년~2010년의 중앙은행 판매량은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또 다른 금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광산회사들의 계속된 디헷징 또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격 상승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일련의 공급 측면 이슈들도 있었다. 상반기 금 생산량이 놀라운 7%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한동안은 금 생산이 감소 추세였다. 하지만 호주, 캐나다, 러시아, 페루 등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에서 생산된 금이 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거대 광산인 Grasberg 광산의 생산 역시 크게 증가했다. 최근의 공급 증가율이 올해 남은 기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2009년과 2010년의 금 생산량이 금값의 고공 행진에 힘입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또 다른 공급 측면의 이슈는 출혈 투매이다. 금을 보유한 사람들이 금값 상승으로 인한 이득을 보기 위해, 혹은 악화되는 경제 사정 때문에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할 수 없이 금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스크랩 금 공급은 1사분기에 크게 늘어, 전년 동기 대비 55.4%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2사분기에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해 스크랩 금 공급은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10의 공급량 역시 비교적 많을 것으로 보인다. 2010년~2011년에는 광산 공급 증가에도 불구하고 스크랩 금 판매가 줄어듦에 따라 (올해와 비교할 때) 전체 공급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시장은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해 금값이 지지될 것이다. 금의 공급은 2009년의 3,603톤에서 2011년에는 3,491톤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반면 수요는 3,798톤에서 3,924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평균적인 초과 수요는 300~433톤이 될 것이다.
- 리스크
결과적으로 시장 펀더멘털은 여전히 금값에 매우 우호적이다. 우리는 공급 증가분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주얼리 및 공업 부문 소비는 경제 회복에 따라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심리 변화는 이보다 불확실하다. 우리의 의견은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아직은 인플레이션 쪽보다 강하며, 미국 경제 성장은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약해지는 내년 중반부터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디플레이션 측면은 금값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달러화 약세, 중앙은행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더불어 금의 매력을 투자자들에게 다시 한 번 어필하게 될 것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세계 경제가 내년에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특히 상반기에) 금값이 현재의 높은 수준보다 약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11년에는 금값이 다시 오르게 될 것이다. 경제 성장의 지속성과 OECD 국가들의 재정 및 금융 부문에 대한 우려가 다시 대두될 것이기 때문이다.